소설 <도가니>와 개독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 최근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읽고 나 또한 많이 불편했다. 읽으면서 내내 거북스럽고 가슴 어딘가에서 치받고 올라오는 뜨거움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때도 있었다.

불편함...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쓰레기같은 이 사회의 일부분을 목도하게 된데 따른, 그러나 그런 쓰레기같은 사회가 일개 시민 몇명이서 도저히 어찌 해 볼 수 없을만큼 굳건한 성벽을 쌓아두고 있어 쉽게 변할 수 없을 것이란 걸 알고 있기에 생긴 절망과 그러한 파렴치한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지금도 여전한 생각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비슷한 해악 덩어리를 안겨주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미친데서 비롯한 분노였다.

소설 [도가니]는 지난 2005년 세상에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성추행 사건 실체를 다루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인만큼, 그리고 국내 유명 작가의 소설로 나왔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들어봤음직한 내용들일 것이다. 그러니 굳이 그 내용을 되새김질 하는 것은 무의미할 텐데....

책장을 다 넘기고도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소설속에 등장하는 자애학원과 실제 주변 인물들이 누군지 궁금해 검색을 해 봤다. 광주인화학교, 교장 김강석, 광주시민단체들, 대책위원장 등등... 소설과 얼핏 매치되는 여러 실체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사건의 주요 피의자 중 한명인 교장 김강석이 죽었다는 소식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 궁금함이 이 글을 쓰게된 이유이기도 하고...

소설에서 교장 김강석은 그 지역 교회의 장로로 나온다. 아마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인화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그리스도의 정신...' 운운하는 걸 봐선 맞을 것이다.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김강석은 사건을 은폐, 조작 또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무마하려고 한 점이 드러난다. 재판 후에도 뉘우침이나 반성의 기색없이 지금껏 그래왔던대로 돈과 명예와 기득권 유지에만 골몰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과연 김강석은 죽은 후에 천당에 갔을까? 이것이 오늘 내용의 화두다.

난 사실 기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배타성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죄를 많이 지었어도 하느님만 믿으면 천당갈 수 있다는 그들의 믿음과 그러한 믿음으로 천당행 미끼를 통해 포교하는 방식도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기때문이다.

교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상식으로, 하느님은 모든 이들을 사랑하시며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시고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단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하느님의 사랑엔 차별이 없고 오로지 세상 만인을 위해 제한몸 희생하신 거룩한 분이시다.

근데 이 나라의 개독(진실하고 심신이 건강한 성직자 및 신자들을 제외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제일영광교회 목사와 신자같은 것들)들은 오로지 자기 부귀영화만을 위해 하느님을 찾으며 울부짖는다. 거침없이 하느님의 말씀과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틈만나면 '오~ 주여~~'를 외쳐댄다. 그러면서 자기는  천당에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연 김강석은 죽어 천당에 갔을까?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나로서는 정말 궁금하다. 만약 그가 이승에서 하느님을 믿었다(는 것이 자기 욕심만을 채우기 위한 것일지라도)는 이유만으로 천당에 갔다면, 설사 내가 죽음에 임박해 나 역시 천당에 가고픈 욕심에 죽기 일보직전 "전 하느님을 믿습니다"라는 고백을 한다 할지라도, 내 살아 생전에 기독교와는 아예 담을 쌓고 살 작정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하느님이 자기를 믿고 안믿고의 판단기준으로 이승에서의 업보를 싹 무시한 처사를 내린다면...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예수에 대한 상식은 역사가 승리자에 의한 기록이듯 성경 역시 그 시대 살아남은 자들의 이기에 의해 윤색되고 각색된 하나의 자아도취 기록에 불과할 뿐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새삼 소설을 읽으면서 무지와 종교가 합쳐지면 어떠한 비극이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무서운 현실이다.

by 투덜이 | 2010/10/27 16:36 | 끄적이기...雜 | 트랙백 | 덧글(12)

C8스러운 무상급식 논란

무상급식이 6.2 지자체 선거의 핵심사안으로 부상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딴나라당이 날선 공방을 연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이를 위한 재원으로 '4대강 살리기(언제 강이 죽었던가?)' 예산 일부를 돌리자고 말한다. 반면 여당인 딴나라당은 재원부족을 이유로 들며 무상급식이 필요치 않은 학생들한테도 혜택이 돌아간다며 제한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권의 범주가 비단 책상에 앉아 국영수만 외워대는 교육에 머무르지 않을 터, 학교에서 실시되는 급식 또한 교육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중학교까지 무상교육인 것을 감안하면 초중학생들 대상의 무상급식은 교육권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뭐~ 딴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그렇다고 치자. 재원이 없다는데... 그래서 부자부모를 둔 학생들까지 무상급식을 하는건 힘들다는데... 그래서 가난한 학생들이 무상급식 선별 절차로 인해 친구들로부터 받을 모욕감과 창피함을 얼마나 수치스럽게 생각할지 전혀 고려치 않는다면 까짓거 딴나라당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라도 해줄 용의는 있다.

어차피 딴나라당에 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일년지대계를 이끌 교육철학이 있을 것이라고는 애시당초 기대도 안했기 때문이다.

근데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내 자신이 정말 창피스럽게 느껴졌다. 얼마 전 일본 만화 캐릭터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여자캐릭터 그림이 새겨진 베개를 껴안고 가상 결혼식을 올린 극강의 오덕후에 관련된 기사를 보고 많은 네티즌들이 "한국체면 구겼다" "내가 다 창피해졌다"라는 말들을 늘어놨던 당시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왠 국격까지 논하느냐라는 한심한 투로 그런 네티즌들의 국가주의 함몰정신에 일침을 가했던 나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한국이 창피스러운 나라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그 말이 뭔고하니...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설한 것으로 “경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상급식은) 납득이 안 된다. 사회주의국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재원은 뭘로 하느냐”는 발언이다.

참내... 이딴 것들이 국가 상층부에 앉아 이 나라 경제를 조물딱 거린다고 생각하니 정말 손발이 오그라든다. 우선 저 말을 듣는 순간 다시한번 우리나라 철학의 부재가 얼마나 깊은지 느끼게 됐다. 또한 이념의 과잉생산이 아니라 이념의 과부족, 지극히 협소한 이념지형 등을 생각하게 됐다.

윤 장관에 있어 경제와 무상급식은 상호 공존할 수 없는 배척대상인가 보다. 경제가 곧 돈버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우리의 편협한 경제상식으로만 본다면 저 말은 맞을 수도 있다. 돈도 안되는 짓을 왜 하느냐는 주변 어르신들의 그 수많은 말들이 여기서 떠오른다.
근데 말이다. 무상급식을 교육과 복지란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오로지 배금주의자의 시각, 시장만능주의자의 시각에서만 보려는 윤 장관은 단지 돈되는 곳에만 재원을 퍼붓는 사람이란 말인가.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4대강 사업만 봐도 몇십조가 들어갈지 알 수 없는데 도대체 얼마큼의 수익이 기대되기에 그런 막대한 예산을 배정했는가?

이렇게 얘기하니 머리가 아픈데 거두절미하고 가진 것 없는 부모에서 태어나 배 곯는 아이들만큼은 없어야 겠다는 최소한의 복지마인드만 있더라도 저런 황당무계한 '망언'을 할 수 있을까? 무상급식 실현으로 공교육 환경이 조금이라도 좋아져 그만큼 나라의 생산성을 높일 인재가 더 많이 나온다면, 그래서 국가가 부강해지고 개인살림도 좋아져 세금을 더 많이 걷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순환 구조가 어디있을까?

어떻게 무상급식을 경제의 눈으로만 바라봐야 할까? 하기사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고 배 곯아본 적도 없고 손주녀석들도 뭐 하나 부러운 것 없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환경만 바라봤다면 과연 빈자의 설움을 눈곱만큼이라도 알 수 있을까.

뭐 커밍아웃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실 난 명박스러운 가카께서 이 나라의 통치자 자리에 오르셨을 때, 내 마음속엔 이미 5년간 대통령 없는 나라에서 살겠구나 하고 각오했던 몸이다. 지금은 그 가카께서 행하신 모든 언행들로 인하야 몸과 마음이 점차 지쳐가 피로회복제가 긴히 필요한 시점이다.

윤 장관같은 그런 분께서 저런 황당발언을 하시니 블랙코미디를 볼때와 같은 블랙 카타르시스가 온몸에 번지기도 하지만 그걸론 턱없이 부족하다. 차라리 이 세상이 현실이 아닌 꿈이라고 누가 말해주길~~ 꿈 속이라면 너희같은 것들은 진작 내 손에 산산히 부서졌을 이름들이다. C8스러운 세상과 그 세상을 더욱 C8스럽게 만드는 군상들~

by 투덜이 | 2010/03/19 21:05 | 프로파간다 | 트랙백 | 덧글(0)

첫 생일을 맞이하다

시간이란 객관적이면서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다. 누구에게나 물리적인 시간은 같게 주어지지만 어떻게 활용하고 보내는가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느껴지기 마련이다. 노은이의 돌잔치가 다가오면서 우리 부부가 느낀 것은 "시간 정말 빨리 흘러간다"라는 것이었다.

작년 이맘때, 정확히 말하면 2009년 2월26일 00시 02분, 노은이가 세상을 향해 새생명의 탄생을 알리며 그 모습을 드러낸 지 360여일...

2월20일 오후 6시30분... 노은이의 첫 생일잔치를, 그렇게 우리 부부는 가족 및 주변 지인들과 함께 축하하고 기뻐했다.

장소 예약하고 돌사진 찍고 그날 입을 한복 대여하고 이벤트업체 고르고 선물도 고르고... 생각보다 준비할게 많은 노은이 돌잔치였다. 애초 생각은 남들 하듯 뻔한 돌잔치말고 좀더 색다르고 전통이 가미된 특별한 잔치를 하고 싶었으나 생각에만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리 부부가 몇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테지만 사실상 무리라고 판단, 그저 찾아오시는 손님이 부족함없이 왔다 가시는데 신경쓰자 했다.

다행이랄까... 비록 생각보다 많은 지인들이 찾아주셔서 자리가 부족한게 흠이었지만 행사 진행과 분위기, 먹을거리 등은 만족할만해 별다른 문제없이 노은이 돌잔치를 치룬것 같다.

그리고 돌잔치의 메인 이벤트인 돌잡이 순서... 우리 부부의 바람대로 노은이는 돈을 잡지 않았다. 아내는 청진기를, 나는 연필을 잡길 바랐는데 노은이는 엄마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청진기를 집었고 우리 부부 얼굴에 함박웃음을 선사했다.

처제가 해준 공주같은 하얀 드레스를 입었을 때, 그리고 우리 부부와 같이 맞춘 한복을 입었을 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이쁘고 사랑스러운 노은이를 위해 모두가 다같이 축하해주고 기쁨을 더해 준 날이었다.

노은아~~ 노은이의 첫 생일, 아빠가 진심으로 축하한단다.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거라!

by 투덜이 | 2010/02/20 23:58 | 노은이의 시간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