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7일
소설 <도가니>와 개독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 최근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읽고 나 또한 많이 불편했다. 읽으면서 내내 거북스럽고 가슴 어딘가에서 치받고 올라오는 뜨거움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때도 있었다.
불편함...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쓰레기같은 이 사회의 일부분을 목도하게 된데 따른, 그러나 그런 쓰레기같은 사회가 일개 시민 몇명이서 도저히 어찌 해 볼 수 없을만큼 굳건한 성벽을 쌓아두고 있어 쉽게 변할 수 없을 것이란 걸 알고 있기에 생긴 절망과 그러한 파렴치한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지금도 여전한 생각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비슷한 해악 덩어리를 안겨주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미친데서 비롯한 분노였다.
소설 [도가니]는 지난 2005년 세상에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성추행 사건 실체를 다루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인만큼, 그리고 국내 유명 작가의 소설로 나왔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들어봤음직한 내용들일 것이다. 그러니 굳이 그 내용을 되새김질 하는 것은 무의미할 텐데....
책장을 다 넘기고도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소설속에 등장하는 자애학원과 실제 주변 인물들이 누군지 궁금해 검색을 해 봤다. 광주인화학교, 교장 김강석, 광주시민단체들, 대책위원장 등등... 소설과 얼핏 매치되는 여러 실체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사건의 주요 피의자 중 한명인 교장 김강석이 죽었다는 소식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 궁금함이 이 글을 쓰게된 이유이기도 하고...
소설에서 교장 김강석은 그 지역 교회의 장로로 나온다. 아마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인화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그리스도의 정신...' 운운하는 걸 봐선 맞을 것이다.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김강석은 사건을 은폐, 조작 또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무마하려고 한 점이 드러난다. 재판 후에도 뉘우침이나 반성의 기색없이 지금껏 그래왔던대로 돈과 명예와 기득권 유지에만 골몰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과연 김강석은 죽은 후에 천당에 갔을까? 이것이 오늘 내용의 화두다.
난 사실 기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배타성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죄를 많이 지었어도 하느님만 믿으면 천당갈 수 있다는 그들의 믿음과 그러한 믿음으로 천당행 미끼를 통해 포교하는 방식도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기때문이다.
교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상식으로, 하느님은 모든 이들을 사랑하시며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시고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단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하느님의 사랑엔 차별이 없고 오로지 세상 만인을 위해 제한몸 희생하신 거룩한 분이시다.
근데 이 나라의 개독(진실하고 심신이 건강한 성직자 및 신자들을 제외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제일영광교회 목사와 신자같은 것들)들은 오로지 자기 부귀영화만을 위해 하느님을 찾으며 울부짖는다. 거침없이 하느님의 말씀과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틈만나면 '오~ 주여~~'를 외쳐댄다. 그러면서 자기는 천당에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연 김강석은 죽어 천당에 갔을까?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나로서는 정말 궁금하다. 만약 그가 이승에서 하느님을 믿었다(는 것이 자기 욕심만을 채우기 위한 것일지라도)는 이유만으로 천당에 갔다면, 설사 내가 죽음에 임박해 나 역시 천당에 가고픈 욕심에 죽기 일보직전 "전 하느님을 믿습니다"라는 고백을 한다 할지라도, 내 살아 생전에 기독교와는 아예 담을 쌓고 살 작정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하느님이 자기를 믿고 안믿고의 판단기준으로 이승에서의 업보를 싹 무시한 처사를 내린다면...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예수에 대한 상식은 역사가 승리자에 의한 기록이듯 성경 역시 그 시대 살아남은 자들의 이기에 의해 윤색되고 각색된 하나의 자아도취 기록에 불과할 뿐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새삼 소설을 읽으면서 무지와 종교가 합쳐지면 어떠한 비극이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무서운 현실이다.
# by | 2010/10/27 16:36 | 끄적이기...雜 | 트랙백 | 덧글(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