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다치다

오후 3시경...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노은이가 손가락이 잘렸다며 피가 철철 흘러 병원에 왔다는 것이다. 대뜸 "아니 왜? 어쩌다가?"라는 큰소리가 입밖으로 나왔다. 어쩐지 좀전에도 통화했는데 다시 아내한테 온 전화를 본 순간 기분이 좀 께름직하더라니...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빨래를 하고 건조대에 널기 위해 노은이를 업고 빨래를 정리하는데 등에 업힌 노은이가 손장난을 하다 간당간당하게 걸쳐 있는 건조대를 건드리는 바람에 건조대 펼침대가 접히면서 그 사이에 손가락이 낀 거였다. 아내는 순간 놀랬지만 노은이가 크게 울지도 않기에 괜찮은가보다 했는데 순간 피가 마구 나더라는 것이다.

다친 곳을 보니 오른손 검지손가락 끝 부분이 절만 이상 잘린 채 덜렁거리더란다. 그 이후는 어땠는지 짐작이 간다. 아내는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노은이를 안고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갔더랜다. 어찌저찌해서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찢어진 곳을 바늘로 꿰매고 치료를 했다는데 아내는 큰 대역죄인마냥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그냥 있을 수 없어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조퇴하고 병원에 가니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난 뒤라 아내가 자고 있는 노은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날 보더니 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내의 모습은 차라리 코미디였다. 머리는 산발인 채 양말도 안 신고 운동화 뒷굽을 꺾어 신은 모습이며 옷 여기저기에 묻은 피의 흔적과 점퍼만 걸친 츄리닝 차림은 아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게 만든다.

아내의 잘못을 탓할 수도 없어 괜찮을 거라고 위로하고 병원을 나서 집에 왔다. 의사의 말로는 손톱은 빠지고 새로 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곪지 않도록 항생제와 진통제를 잘 먹이라 한다. 노은이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은 흉한 모습이다. 다행이 뼈에는 이상이 없기에 상처만 잘 아물면 별 탈은 없을 것이다.

아기들은 '순식간에' 다친다.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이미 아기는 넘어져있거나 어딘가 다쳐 있다. 24시간 내내 아기한테서 눈을 뗄 수 없다는게 힘든 일임을 알기에 아내에게 질타를 하는건 가뜩이나 자괴감이 드는 아내를 두번 상처입히는 일이다. 그런걸 알기에 아내를 위로하고 노은이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일 뿐이다.

그나저나 노은이가 무척 아팠을 것이다. 워낙 어려 마취를 할 수 없어 생으로 상처를 꿰맸단다. 얼마나 아팠을까~~

by 투덜이 | 2009/12/17 17:14 | 노은이의 시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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